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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 할아버지는 예전에 호텔외식부에 근무할 정도로 실력있는 장인입니다. 그는 집근처에 조그만 빵집을 내고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했습니다. 빵집에는 직원만 네명이고 그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난 중현씨에게 이 가게를 물려 줄 생각입니다. 딸은 일찍 시집을 갔고 아들이 둘 있지만 그들은 공부를 다른 쪽으로 해서 직장을 다닙니다. 빵기술은 오랬동안 배워도 실력발휘가 잘 안됩니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가게를 물려 줄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때문에 호텔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래도 개인가게를 하니 어머니를 케어할 수도 있고 어머니도 치매진행이 드뎌지는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병이 심해질 점에 아내도 같은 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호텔에 근무할 때는 어머니는 아버지와 시골에 계셨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어머니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져 시골 어른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급히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호텔을 그만 두고 가게도 차리고 참 그동안을 생각해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이번에는 아내의 증세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요즘은 빵굽는 일을 모두 직원들이 다합니다. 사실 조씨할아버지도 얼마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 몰래 병원을 다녀 왔었습니다. 파킨슨증이 었습니다. 파킨슨증은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집과 재산은 아이들을 불러 물려주고 가게는 중현씨에게 물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둘이서 어머니가 계시던 시골집에 가겠다고 큰아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이 이집에서의 마지막 밤이겠네요. 잠든 아내를 베개로 얼굴을 눌렀습니다. 이제 자기 자신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 아내를 아이들에게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모든 아픔은 조씨 할아버지 혼자면 충분합니다. 이 더러운 병이 아이들에게만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할아버지의 마음속에는 어두움 뿐입니다. 빛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의 아픔이란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하는 고통입니다. 새벽에 차를 몰고 시골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도 몰래 시골집에서 생을 마감할 생각이죠. 시골집은 미리 깨끗하게 정리를 해두었습니다.
시골집으로 가다가 새벽에 빵굽는 가게를 보게 되었습니다.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가게에 들러 빵을 샀습니다. 주인 얼굴이 마치 자신의 젊은 모습같습니다. 시골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런 아침이었습니다. 그런데 큰 아들이 와있습니다. "어쩐일이냐?" "집에 어머니가 아버지가 없었졌다고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세요." 아들의 이야기에 기억이 뒤죽 박죽입니다. 아내를 내가 죽였다는 이야기는 참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게 큰 아들이 어떻게 자신이 시골집에 있는것을 알았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아까 지나쳐 온 빵집은 둘째 아들이 하는 빵집이었습니다. 둘째는 사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제빵사가 되었습니다. 아내를 죽였다는 생각은 사실 할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을 때 기억입니다. 할아버지의 아내 즉 아이들의 엄마는 멀쩡히 집에 계십니다.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이 할아버지의 증상을 심하게 만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음에 이렇게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모두 치매증상이 심해져 돌아 가신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아내이신 할머니는 아주 건강합니다. 모두 할아버지의 상상이 만든 이야기 입니다. 빵집의 에이스 중현씨는 사실 사위입니다. 딸은 아버지가 건강이 이상해지자 남편과 아버지를 돕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대충 눈치챈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요양원에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치매는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모든게 다행입니다. 아들과 사위가 자신의 일을 물러 받고 아들 형제들의 우애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아주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 자신이 만든 망상이라는게 너무 신기할 따름입니다. 하나님께 속죄와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그의 눈에 한 줄기 눈물이 흐럽니다. 아들의 차로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조용히 잠이 듭니다. 이제야 새벽해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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