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눈입니다.
눈이 쌓여 이제 어른키를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이장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이 마을은 중앙동네까지는 큰길이 있지만 구석진 곳에 떨어져 사는 어르신이 몇 분 계십니다.
눈이 안올때 이장님이 미리 쌀이며 보일러에 사용할 나무며 준비물을 미리 드렸지만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 나무 보일러를 켜고 밥을 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이를 땐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눈이 거치기만을 빌고 또 빌지만 하늘은 까맣기만 하고 눈이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 밤을 자고 아침이 오니 눈이 그쳐 있습니다. 이장님은 온갖 도구를 챙겨서 마을에서 가장 먼 이씨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향했습니다.
말 그대로 고립입니다. 눈이 길이며 산이며 모든 것을 삼켰습니다. 평소에 커 보이던 나무들도 높은 가지들을 내어 줍니다. 방향을 잡을 수 없어 감으로만 몇 시간을 기었습니다. 할머니 집이 육안으로 보입니다.
큰일입니다. 굴뚝에 연기가 없습니다.
이장님은 이 마을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이 마을에 자라 이 마을에서만 생활을 했습니다. 이런 기록적인 폭설은 이장님도 몇 번 보지 못한 일입니다. 어릴 적 이씨 할머니와 놀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씨 할머니는 한 번도 결혼을 안 해서 찾아오는 조카들을 빼면 거의 왕래가 없습니다.
이를 줄 알았으면 미리 노인정으로 먼 거리 노인들을 미리 옮겨 놀을 걸 하는 후회를 합니다. 너무 늦은 일입니다.
벌써 눈물이 앞을 가려 한 걸음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 같습니다.
겨우 기어서 집 앞마당쯤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밑으로 한참을 파고들었습니다. 처마 및 마루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그 마루까지는 눈이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할머니는 숨을 쉬지 않으십니다. 조용히 잠을 자듯 누워만 계십니다.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통신원이 전화를 받고 이장님이 떨리는 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여기 OO마을인데요. 할머니 한분이 돌아가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드립니다. 마을 입구까지 길이 막혀서 ..."
"네 저희 대원들을 빨리 현장으로 보내겠습니다"라는 말이 들리고
한참 후에 헬기 소리가 들려서 아까 뚤었던 구멍으로 나가 손을 흔듭니다.
소방 대원 두 명이 구조용 침상을 가지고 내려옵니다.
다시 구멍 속으로 들어가서 할머니를 침상에 묶고 두 사람은 위에서 이장님은 밑에서 구멍으로 시체를 옮깁니다.
이장님과 소방대원이 다 올라타자 헬기가 출발을 합니다.
가까운 대형 병원 옥상으로 가서 이장님과 소방대원 한 명만 내리고 헬기는 떠나갑니다.
할머니는 무연고 시신으로 등록이 되고 이장님은 근처 살고 있는 아들의 차로 집까지 돌아왔습니다.
눈이 거치자 언제 그런 일 있었느냥 햇살이 내려 쬡니다.
햇빛이 성가셔 괜히 화가 납니다.
이장님은 집에 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눕습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루가 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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