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이 끝나가는 저녁이었습니다 . 건물과 건물 사이 조금한 뜸으로 아주 어려보이는 냥이 한마리를 정직씨는 보고 말았습니다. 분명 겨울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날짜지만 저녁은 꽤 쌀쌀했습니다. 정직씨는 남의 일에 잘 나서지는 않는 타입이라 지나치려는데 고양이의 오른쪽 눈이 없다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가슴 속에는 여러 명의 정직씨가 서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게 아닐까 걱정도 잠시뿐 정직씨는 냥이를 불렀고 냥이는 사람을 경계하는 눈치지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옆 오피스텔의 경비 아저씨가 정직씨를 말렸습니다. "길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시면 안됩니다." 그가 가르키는 곳에는 A4로 출력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말라는 경고문과 먹이로 인한 피해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정직씨는 화가 났지만 경비 아저씨에게는 화를 낼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글의 주체가 경비 아저씨가 아니라는 건 길가는 초딩도 알 정도의 상식아닌가? "걱정마세요. 아저씨" 정직씨가 뱉은 말에 아저씨는 안심을 하고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지만 불현듯 뭔가 안좋은 것을 본 사람처럼 고개를 정직씨쪽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직씨는 큰 바바리 코드 속으로 냥이를 숙 집어 넣었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큰 소리로 한마디를 보태었습니다. "그러다 사모님한테 혼납니다. 길거리 동물 집으로 데려가는거 아닙니다" 정직씨가 퉁하게 한마디 했습니다. "저 아직 총각입니다. " '끝에 말은 괜히 했나' 혼자 생각을 하는데 괜실히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속으로 "흥"하고 아주 크게 말을 합니다. 그리고는 경비 아저씨와는 한참을 멀어지고 나서 바바리 코트 안을 보면서 냥이에게 "우리집으로 가자. 맛있는거 줄게" 정직씨는 아주 좋은 아파트에 삽니다. 전세도 월세도 아닌 자가입니다. 왜 이런 큰집을 사게 되냐면 사연이 깁니다. 정직씨는 사실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결혼을 결심하고 이제껏 열심히 모은 돈으로 들꺽 아파트 부터 계약을 했더랍니다. 잔금까지 치러고 나니 진짜 자기집이라는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정직씨는 사랑하는 그녀에게 할 프로포즈 계획을 세우고 몇일 밤을 끽끽 웃어면서 잠을 잤습니다. 정직씨가 다니는 노무사 사무실은 아주 실적이 좋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일한 만큼 돈을 벌어서 한푼도 안쓰고 꼬박꼬박 모아 쾌 큰돈을 모았습니다. 자기와 가족이 될 그 아가씨만 생각하면서. 그 아가씨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회계업무를 보는 아가씨였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정말 천사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첫 눈에 반한다는게 이런걸까요? 처음에는 농담을 하듯이 사무실 근처 꽤 비싼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할 생각있냐고 물었고 아가씨는 아무 고민없이 흔쾌히 약속을 잡았습니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건가? 정직씨는 생각을 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습니다. 옆자리의 여자 과장님이 있었기에 정직씨는 뭔가를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그 과장님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고 그 과장님은 웃으면 거절을 했습니다. "난 남의 청춘사업의 방해꾼이 되는건 사절이 올시다." 그 과장님의 말에도 그 아가씨는 아무런 댓구도 없이 그저 웃기만 했었습니다. 그렇게 만남은 은밀하게 계속 됐습니다. 집을 쌌던 때는 아마도 그때 쯤이었을 겁니다. 결심한 프로포즈를 할려고 준비를 하는 쯤에 갑자기 그 아가씨가 결근을 한것 같았습니다. 정직씨와 그 아가씨는 같은 사무실은 아니라 한참 있다가 그 사실을 알고 그 여자 과장님에게 물어 보러 갔었습니다. "현정씨는 그제 그만 뒀는데 몰랐어요" 순간 머리를 크게 한 방 맞은 것처럼 정신이 없었지만 아무에게도 안 들키고 이 사태를 넘기기 위해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아무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정직씨만 아는 비밀이었습니다. 회계팀에는 회사의 막내가 들어 왔습니다. 현정씨가 나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라니 정직씨는 혼자 생각했습니다. 정직씨에게는 그 일로 충격이 상당했습니다. '혼자 북칙고 장구치고 잘 했다 박정직 이 바보 같은 놈' 혼자 생각하며 회계팀 사무실을 돌아 자기 자리로 가고 있는데 조그만 아이가 조그만 손으로 10리터가 넘어 보이는 생수통을 들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정직씨는 한 다름에 달려가서는 소녀에게 물통을 가로채고는 한 마디를 했습니다. "이 사무실에는 생수통 갈 사람도 없는거야?" 정직씨는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소녀는 부끄러운 얼굴로 빨리 제자리로 가버렸습니다. '마지막 말은 하지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일이죠. 그냥 자신의 선행으로 끝내면 될 일을 온 사무실에 광고라도 한 것처럼 소녀의 얼굴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꼭꼭 숨어 버렸습니다. 한참 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노란 포스트잇과 빨간 딸기 우유가 있었습니다. 소녀에게 별일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정직씨의 성격으로는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쯤 하루였습니다. 그 때의 그녀가 떠날 때 처럼 회계팀의 그 자리가 비워있었습니다. 아무런 사심이 없는 정직씨는 자신만만하게 물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막내는 오늘 안나오나요?" 그때처럼 그 옆자리는 늘 그럿듯 그 여자 과장님이었습니다. "응 아파서 휴가냈어" 정직씨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그래요"라고 짧게 말하고 그 여자 과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근데 그 다음 날도 막내는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죠. 정직씨는 아무일도 아니라는 투로 그 소녀의 주소를 물었습니다. 그 여자 과장님도 아무일도 아닌것 처럼 주소를 주면서 안그래도 연락이 안돼서 궁금한데 정직씨가 한번 가보라면 주소를 주었습니다. 주소는 정직씨가 새로 이사한 집 바로 근처였습니다. 정말 처음 알았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막내가 사는 줄은. 왜 이때까지 버스에서도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나 궁금했습니다. 그날은 조금 일찍 일을 마치고 막내집을 찾아 갔습니다. 정직씨는 그래도 유명한 대학의 법대를 나온 사람이라 혹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 하는건 아닌지 별 쓸때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의 집은 모퉁이만 돌면 바로 그기 였습니다. 정직씨의 동네는 몇억이 넘는 아파트촌과 빌라촌이 같이 있는 동네였습니다. 빌라가 있는 동네는 지금 당장이라도 재개발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주소는 딱 봐도 다세대 주택이었습니다. "계세요" 정직씨가 사람을 불러도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습니다. 대문쪽으로 가서 우편물을 보았습니다. 채고장이 꽤 쌓여있는 주소에는 우체부 아저씨의 글씨로 메모가 적혀 있었습니다. 나무 밑집 이라는 메모로 보아 정원에 있는 나무로 좁은 코너를 돌면 있는 집인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 쪽으로 걸어가는데 안에서 누군가 나왔습니다. 막내였습니다. 얼굴 한쪽은 커다란 멍이 있고 눈은 충격에 파열된거처럼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힘겹게 인사하는 막내의 손을 잡고 근처의 큰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처음엔 저항하던 손이 힘없이 따라옵니다.병원 응급실에 치료를 받으면서 이곳 저곳을 검사했습니다. 잠시 후 의사로 보이는 젊은 사람이 왔습니다."보호자신가요?" "아니요 그냥 직장 동료입니다. 몇 일째 결근 중이라. .." 정직씨는 말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젊은 의사는 갈비뼈가 몇 군데 뿌러져 병원에 몇일 입원해야 할것 같다는 것과 이런 폭력 사건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막내는 경찰에 신고는 하지 말아 달라고 의사에게 사정 사정을 했습니다. 저녁이 한참 지난 시간에 정직씨가 남긴 메모를 보고 누군가 왔습니다. 술 냄새는 십미터 밖에서도 맡을 수 있었고 이 폭력의 주체도 누군지 정직씨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간호사가 정직씨에게 병원 병실이 났다며 알려 주었고 소녀는 간호사들에 의해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자기 자신은 오지랖은 절대 없다고 자신하던 정직씨였지만 그가 틀렸습니다. 완전 오지랖 덩어리 였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병원에서도 난동을 부릴 기세였지만 거구인 정직씨를 당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인간들은 너무 뻔하다고 정직씨는 생각했습니다. 약한 사람에게 강하지만 강한 사람에게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을... 그녀의 아버지는 뒷걸음 치면 점점 멀어졌습니다. 병원비는 정직씩가 계산했습니다. 아까 그집에서 본 채고장 내용으로 봐도 막내에게 돈이 있을리는 만무했습니다. 바로 회사대표 노무사님께 전화를 해서 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노무사님은 정직씨의 까마득한 학교 선배님이기도 했지만 사람 좋기로 소문난 분이기도 했습니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휴가로 할거니 신경쓰지 말라는 말은 너무도 당연히 나왔습니다. 회사일 마치면 정직씨는 바로 병원으로 향해서 막내를 간호했습니다. 정직씨 또한 사람 좋기로는 대표님에게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막내의 모든 병원비를 부담했으며 막내는 뿌러진 갈비 사이로 장기가 손상돼 꽤 많은 날을 병원에 있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막내는 정직씨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 이후로 한번도 병원을 찾지는 않았습니다. 퇴원하는 날은 정직씨가 휴가까지 내서 막내를 집으로 데려주고 집 청소도 미리 해두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의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막내에게 내일은 꼭 출근해라라고 말을 하고 다른 영웅들이 그렇듯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러고 그 다음날... 그 소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그집을 찾았을 때는 주인 어른이 다른 세입자를 받고 있습니다. 주인 어른은 그렇게 나쁜 분은 아닌었던가 봅니다. 그 오랜 세월을 월세도 받지 않고 막내 네를 살게 해주었나 봅니다. 그 후로 쪽히 15년은 흐른 것 같습니다. 그 때 곧 결혼 할 수도 있다는 착각에 빠져 혼자 살기엔 너무 넓은 이 집에 아직도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 후에도 몇 명의 여자를 만나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정직씨가 먼저 관계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정직씨만의 트라우마가 있는 듯 했습니다. 넓은 집에 냥이를 내려 두고 참치캔 하나를 따서 시리얼 그릇에 넣고는 냥이에게 주었습니다. 게눈 깜추기라는게 이런걸 보고 하는 말 일겁니다. 내일은 토요일입니다. 잠을 자고 친구가 하는 동물병원을 가기로 생각을 했습니다. 밤새 냥이는 정직씨의 옆을 한번도 벗어나지 않고 계속 옆에만 있었습니다. 서로가 처음 느끼는 그런 온도였습니다. 뭔가 전해지는 따뜻함이 둘을 깊은 잠으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정직씨는 오랜만 꿀잠에서 깨서는 어제처럼 참치캔을 딴 다음 냥이에게 주고 인터넷으로 고양이 키우는 법에 대한 검색을 하고 샤워를 했습니다. 냥이는 욕실 문앞에 한 발짝도 안 떠나고 있어서 정직씨는 문을 열어 두고 샤워를 마쳤습니다. 차를 타고 친구의 동물병원에서 냥이의 검사를 했습니다. 어린 녀석이 누구한테 맞은건지 갈비 뼈가 뿌러져 아문 흔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는 농담으로 "길 고양이 함부로 집에 들이는 거 아니다. 이놈들 식구를 늘리는 재주가 있거든 암튼 주의하도록" 집으로 돌아온 정직씨는 냥이랑 같이 동네를 산책할 생각입니다. 겨울이 막 오고 있었지만 가벼운 옷 차림으로 냥이를 안고 한손에는 농구공을 들었습니다. 넓은 공터가 있는 놀이터 맞은편은 옛날 막내가 살던 집이 있습니다. 농구를 조금 했지만 냥이를 데리고 농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의자에 잠시 앉아 바람을 새고 있었습니다. 그 새 토요일 오후는 끝나고 어뚝한 저녁이 찾아 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냥이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직씨도 냥이를 따라 달렸습니다. 저기 멀리서 다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다툼이 아닌 일방적 폭력이었습니다. 아이 셋이 울고 있었고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남편으로 부터 맞고 있었습니다. 정직씨의 오지랖이 다시 깨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남자를 막아서며 남자의 손을 힘으로 억세게 잡았습니다. 혼자 생각 했습니다 이런 류는 내가 잘 알지 약한자에게는 강하고 강한자에는 한없이 약한 버러지들... 딱 봐도 거구인 정직씨를 힘으로 이길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남자의 손을 놓고 애들에게로 가서 괜찮은지 물었습니다.그리고 엄마에게로 가는데 순간 숨이 멎는것 같았습니다. 막내였습니다. 아니 더 이상은 막내가 아닌 그 옛날의 그 소녀였습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에서 지워버린 아니 애쓰지 않아도 잊혀질거라 생각한 사람입니다. 정신이 멍해서 가만히만 서 있어야 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뒤에서 누군가 몽둥이로 내려 쳤습니다. 애들의 아버지 였습니다.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정직씨는 그 남자를 주먹으로 패기 시작했습니다. 생에 첫 폭력이었습니다. 그녀가 말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그녀를 바라봤습니다. 15년전 그때처럼 그녀의 맞은 상처를 보고 연신 괜찮는지 물어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녀의 남편은 어느새 집에서 칼을 가지고 와서 정직씨를 질렀습니다. 살짝 베이기는 했지만 칼을 들고 있는 상대는 계속 위협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잡기 냥이가 그 사람의 얼굴을 할퀴고 날아갔습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녀는 아까 그녀의 남편이 들고 있던 뭉둥이로 있는 힘것 내리쳤습니다. 남편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과 그녀의 손을 잡고 집으로 달렸습니다. 15년전 그날이 생각 낳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저항하던 손이 오늘은 그를 따라 달리고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들과 그녀를 두고 그는 다시 그곳으로 달렸습니다 냥이를 두고 온 것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또 냥이를 잃어버리면 그 녀석은 하루만에 주인에게 버림 받게 되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경찰차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구급차도 그곳에 와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 남자는 죽지는 않았습니다. 정직씨는 경찰에게로 걸어갔습니다. 저 사람을 때린 사람이 본인임을 밝히고 경찰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때 냥이가 보였습니다. 경찰관에게 기르던 고양이라고 말하고 함께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경찰서 유치장에는 고양이와 40대 말의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경찰관은 정직씨에게 쌍방 폭행에 상대는 칼을 들고 있어 서로 합의하면 나갈 수 있다고 보호자는 없냐고 했습니다. 그때 그녀가 경찰서 입구로 천천히 걸어 왔습니다. 경찰에게 그날의 일을 상세히 이야기하고 남편을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은 정직씨를 풀어주고 그 둘과 그의 고양이는 집으로 천천히 걸어 갔습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그런 우스운 얘기를 나눌 그런 사이도 사실 둘은 아니었으니까요. 집에 오자 그녀에게 갈곳이 없으면 여기 있어도 좋다고 했고 아이들은 벌써 신이 났습니다. 막내 아이가 이 고양이는 왜 눈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을 해주려했지만 애초에 대답에는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다음날 경찰이 찾아 왔습니다. 남편은 병원에서 바로 입건이 됐지만 가정폭력은 반의사불벌죄라 불원서를 쓰시면 남편도 풀려날 수 있다면 같이 살던 남편인데 감옥에 가는건 좀 그렇지 않냐고 했습니다. 그녀가 앞으로 한발짝 나서려 할때 정직씨는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어제의 그녀처럼 15년전의 그녀와는 다르게 정직씨의 말을 따랐습니다. 그녀는 불원서를 쓰지 않았습니다. 정직씨가 소개시켜준 변호사를 통해서 이혼 소송도 진행했습니다. 그 후에도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녀는 그집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하루였습니다. 정직씨는 직장에서 돌아오는 그녀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갔습니다. 그때의 그녀처럼 아무말없이 정직씨를 따랐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강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기에는 정직씨의 부모님이 뭍여 있는 묘지가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저희 아버지 어머니신데 같이 인사올려도 될까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있었지만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보였죠. "아버지 어머니 저랑 결혼할 사람입니다. 너무 늦게 데려와서 죄송합니다 그렇치만 우리 둘은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 다음날은 토요일입니다. 아이 셋과 그녀 그리고 냥이를 데리고 친구의 동물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식구가 늘 거라고 말했지"라고 장난스럽게 친구가 얘기했습니다. 그녀가 정말 오랜만에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고등학교때 학교에서 몰래 키운 고양이가 있었다고 말입니다. 그 고양이도 오른쪽 눈을 잃었는데 지금의 냥이를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학교의 불량배들에게 발로 배를 차여서 크게 다친 일이 있었는데 계속 그곳에서 그 고양이를 키우면 그 불량배들에 죽임을 당할 것 같아 멀리 보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냥이는 한살에서 두살 정도고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이면 약 20년이 가까운 시간인데 같은 냥이 일 수는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랑 결혼 할거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벌써 부터 신이 났습니다. 막내가 정직씨에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제 아빠라고 불러도 되요"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대답에는 관심이 애초부터 없었나 봅니다. 막내는 냥이와 함께 다른 방으로 가버렸습니다. 온 가족이 다들 뭐가 좋은 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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