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 째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기현 씨가 하루를 벗어나지 못하고 시간에 갇혀 버린 게... 기현 씨는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그는 지금 시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블랙홀' 같은 영화는 자고 일어나면 다시 하루가 반복되지만 기현 씨의 하루의 반복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되면 암흑물질에 빠져 숨도 쉬지 못하고 정신을 잃어버리고 한참 후 다시 깨면 그 자리입니다. 며칠을 헤매다 자신이 시간에 갇힌 것이 딸의 죽음을 막지 못한것이 원인인 것을 알았습니다. 아니면 딸아이를 죽음으로 내 몬 범인들을 잡지 못한 게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시간에 갇힌 어느 하루 딸아이의 동선을 따라 움직였고 아참 기현 씨의 시간 루프는 기현 씨가 마치 유령 같은 존재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암튼 딸은 지금 중3입니다. 그날은 수업을 일찍 맞히고 집에 있다가 전화를 받고 외출을 합니다. 전화를 건 아이는 기현 씨도 잘 아는 유치원 때부터 기현씨 애를 아는 남자애였습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음료를 마시고 그 애와 어디론가 갑니다. 기현 씨 집은 새 아파트가 즐비한 곳이긴 하지만 반대편 동네는 전형적인 시골 동네입니다. 넓은 들판으로 아직은 고개를 숙이지 않은 벼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습니다. 왜 이런 곳으로 기현 씨 딸을 데려가는지 또 왜 딸은 아무 의심 없이 따라 가는지 기현 씨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도착한 곳에는 한 명은 고2 정도로 보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같은 또래로 보이는 애가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딸이 아무렇지 않게 큰 남자아이에게서 담배를 받아서 무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아이에 대해서 자세히 몰랐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큰 남자애가 몽둥이로 갑자기 기현 씨 딸을 공격합니다. 처음 그곳을 같이 간 아이는 공포에 질려 도망가고 다른 또래 아이는 낄낄대고 웃습니다. 이 것이 신이 내리는 벌이라면 가장 최악의 벌 일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몸으로 딸이 나쁜 놈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있지만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암흑에 갇히고 의식이 사라졌습니다. 그러고도 며칠을 계속 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눈물이 계속해서 흘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이상한 현상이 끝나면 반듯이 놈을 죽여 버리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합니다. 그렇지만 계속 의문이 드는 것은 왜 딸이 아무 의심 없이 그 애들을 따라가고 도대체 그 애들은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하루는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딸아이의 어릴 적 친구 녀석을 따라갔습니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다른 단서나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사실 지금처럼 이런 기 현상이 있기 전에 그의 딸은 사건 현장 근처에서 다 찢긴 교복을 입고 속옷도 입지 않은 채로 한 아파트 계단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습니다. 딸을 잃은 슬픔에 실신을 했던 건지 그 이후는 지금과 같이 계속 같은 상태입니다. 그 애를 따라 막 지하철 사람들 사이를 가는데 분명 누군가가 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곳을 보는 척하다가 다시 보니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사람은 기현 씨와 같은 유령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사람을 잡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달리 잡을 수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도와주세요." 기현 씨는 미친 듯이 외쳤습니다. 그 사람은 기현 씨에게 말했습니다. "며칠이나 됐나?" "그게 왜 궁금하시죠?" 기현 씨의 말에 그 사람은 말을 이었습니다. "자네는 나와는 다른 존재라네. 생령이라 하지. 자네 몸은 아직 죽지 않았네. 빨리 자네 몸을 찾아야 한다네. 생령도 오래되면 몸은 생명을 잃고 비로소 죽게 된다네." "선생님 저에게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어느 순간이 되면 암흑에 쌓이게 되고 계속 같은 날이 반복됩니다. " 그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생령은 가끔 시간을 넘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하지. 그렇다면 다음 번 시간으로 돌아 가면 자네는 무조건 자네 몸을 찾으려 가야 하네" "아뇨 안됩니다. 그 하루는 딸이 비참하게 나쁜 놈들에게 당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날입니다. 이건 신이 주는 벌이거나 아니면 딸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네. 자네가 생령에서 풀려 살아나게 된다면 이 시간을 뛰어 넘는 능력도 사라지게 되네.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거기까지 대화가 이어지고 또 암흑의 물질에 묻혀 의식을 잃었습니다. 기현 씨는 사실 코마 상태였던 거죠.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결박 증후군' 즉 뇌는 멀쩡하지만 몸의 모든 부분과 신호가 끊어져 꼼작도 못하는 그런 상태로 일반적인 코마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즉 뇌는 정상적으로 살아 있기 때문에 뇌 내부의 신호는 정상이지만 몸은 전혀 반응이 없다고 합니다. 다시 시간이 돌아오고 기현 씨는 그 사람을 찾아서 지하철로 갔습니다. 그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존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저승사자입니다. 그는 '저승사자'는 인간이 만든 말이고 자신은 기현 씨를 인도하여 이계로 갈 수 있게 하는 무형의 존재이며 기현 씨가 상상하는 모습으로 기현 씨의 앞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존재는 기현 씨에게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본체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기현 씨가 있는 병원으로 그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기현 씨는 누구보다 평안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여기서 생령의 존재를 끝내고 다시 깨어나면 딸과는 영원히 이별입니다. 그 존재에게 기현 씨는 물어봤습니다. 지금보다 더 과거로 갈 수는 없냐고. 일상의 세계는 시간이 한 줄로 주욱 이어져 벗어날 수 없지만 영혼의 상태에서는 시간은 무의미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코마를 끝내고 육체로 돌아가면 시간의 루프는 다시 한 줄로 연결되어 흐르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현 씨는 더 과거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날은 기현 씨 딸이 갑자기 고가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가지고 온날이었습니다. 기현 씨의 아내는 사주지 않은 이어폰이 어디서 낮는지 물었고 딸은 친구 것을 잠시 빌렸다고 합니다. 더 과거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딸의 학교입니다. 딸의 반에 청력을 거의 잃어버린 반의 친구가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핸드폰과 이어폰이 필요했습니다. 핸드폰은 그 아이의 잃어버린 청력의 역할과 부모님과 향시 연락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휴대폰은 무제한 요금제였지만 기현 씨의 딸은 반에 가자마자 그 아이의 핸드폰을 뺐고 이어폰으로 고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듣고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안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원인은 기현 씨 자신에게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집에서는 대화도 없이 핸드폰만 보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난 기현 씨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밖으로 핸드폰을 버려버렸습니다. 아내는 다음날 딸에게 저가의 핸드폰을 사주었지만 기현 씨는 아이의 통신 요금제를 인터넷도 안 되는 기본요금제로 바꾸었습니다. 아내의 말류에도 기현 씨는 고집을 꺽지 않았습니다. 그 나비효과를 기현 씨는 지금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 고등학생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기현 씨가 알게 된 것은 생령에게 시공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만으로 그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 녀석은 남들이 다 학교에 있는 시간에 당구장과 PC방을 돌아다니면 가끔 중2~3 정도의 남자아이들을 만나서 돈을 주고 있었습니다. 정말 말로도 들어보지 못한 청소년 사채입니다. 물주인 이 녀석은 돈을 빌려 주면서 수금을 하는 중학생 녀석들에게 꽤 많은 수당을 주고 있었습니다. 구조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다시 피해자는 새로운 피해자를 데려오는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딸에게 남 부럽지 않게 용돈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기현 씨 생각이 맞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때까지 딸을 몰라도 너무 몰랐고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잠시 눈에 불빛이 비쳤고 의식이 몽롱하다가 다시 암흑 속에 갇혔습니다. 또 하루가 지난 겁니다. 이번에는 암흑에 갇혀서도 생각이 가능했습니다. 잠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대로 생령에서 깨어난다면 딸의 복수는 가능하지만 딸은 영원히 살릴 수 없습니다. 만약에 딸이 죽기 전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깨어날 몸을 찾는 다면 어쩌면 딸의 운명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의식이 암흑에 묻히자 그는 다음날을 기다렸습니다. 다시 새로운 날이 오자 모든 병원의 이곳 저곳을 뒤졌습니다. 그리고 코마에 빠져있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심했습니다. 그 아이의 몸에서 깨어나 딸의 운명을 바꿀 생각입니다. 그때 그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그 존재는 인간의 시간의 줄은 단순히 막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는 행동은 엄연한 살인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존재는 경고만을 하고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났던 그 사람은 이 아이의 아버지였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그는 그의 결심을 실천으로 옮겼습니다. 시간은 그의 딸이 죽기 일주일 전 바로 고가의 이어폰을 가지고 온날로 정했습니다. 병원에서 깨워 났을 때는 모두가 잠 던 새벽이었습니다. 시간은 새벽이었지만 의료진들이 야간 당직을 쓰고 있어서 시끌벅적합니다. 중환자실에는 보호자가 들어올 수 없어 지하철 사내는 밖에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습니다. 깨워 나자마자 조용히 나가서 CT실로 갔습니다. 탈의실로 몰래 가서 환자복을 갈아입고 아무 일도 없는 듯 조용히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아파트 아래 계단실에 숨어서 딸이 학교에 가는 시간까지 기다렸습니다. 딸이 집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고 계단실에서 나와 딸을 뒤에서 잡고 주머니 속에 뭔가 날카로운 것이 있는 것처럼 등에 대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아이를 계단실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지현아 내 말 잘 들어 소리 지러지 않으면 일단 입을 막은 손은 풀어 줄게 제발 소리 지러지마." 딸은 괴한이 자기 이름을 부러자 좀 놀랐는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미래에서 온 아빠야. 내 이야기 잘 들어야 해 오늘 네가 한 행동으로 너는 일주일 후 죽게 돼 난 그걸 막으려고 모든 걸 포기하고 여기로 왔어" 딸은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만 아는 딸의 어렸을 즉 병원에 입원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딸의 문제적인 행동과 오늘 청소년 사채에 손을 댄다는 것과 그것이 너를 죽음으로 몰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등학생 사채업자 민재의 이야기와 그 피해자이자 유치원 친구 정우의 이야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사채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구조지만 너의 경우는 다를 거란 것과 민재가 딸을 몽둥이로 내리쳐 기절시킨 후 끔찍한 일을 하게 되고 그 일로 자살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기현 씨가 차지한 아이의 주인인 의식이 깨어났습니다. 뇌는 두 명이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봅니다. 기현 씨는 어쩔 수 없이 몸의 주인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잠시 후 기현 씨는 몸을 지배하게 되고 딸에게 부탁에 부탁을 하고는 그 애가 누워있던 병원으로 갔습니다. 지하철 사내가 죽기 전의 시간대입니다. 사내의 아이가 죽자 지하철 사내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코마 상태였던 그 아이가 깨어나고 기현 씨는 몸을 다시 돌려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깨워 나면서 그의 아버지도 생명을 버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시 그는 자신의 병원으로 갔지만 시간대는 그가 아직 병원에 입원하기도 전입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그의 딸이 있을 학교로 갔습니다. 이제 시간은 다시 한 줄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의 딸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다면 지금의 선택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그는 시간도 공간도 바꿀 수 없는 그저 무능한 생령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이제 기현 씨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이계인이라고 합니다. 모든 게 불안했습니다. 딸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불량소녀로 사는 것이라도 살아만 주기를 바랬습니다. 그 미지의 존재에게 조금만 시간을 더 줄것을 부탁했습니다. 미지의 존재는 경고만 할 뿐 모든 것을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딸은 다행히 정우의 말을 따르지도 고가의 이어폰을 싸지도 않았습니다. 기현 씨는 직장에서 문제가 생겨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기현 씨가 일하는 공장에서 불산가스 유출사고가 있었습니다. 그일로 그는 쓰러져 의식이 없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시간 줄이 한 줄을 유지하기 위해 기현 씨의 코마 상태가 당겨진 것입니다. 기현 씨는 잠시 동안 자신의 몸으로 돌아갔고 그때 잠깐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딸과 아내가 병실로 들어왔습니다. 딸의 손을 꼭 잡을 수는 있었지만 말은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생명은 끝이 났습니다. 생명의 끝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그 존재를 따라 그는 이계라 불리는 곳으로 갔습니다. 이제 딸의 삶과 인생은 올곧이 딸에게 달려 있었습니다. 또 나쁜 길로 간다 해도 기현 씨는 막을 수도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루가 계속되던 그때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 듯하네요.
맺은 말
당신은 당신의 자식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애초에 자식을 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않을까요? 사회는 복잡해진 만큼 훨씬 무서워진 게 아닐까요? 불법이 점점 나이가 어려지고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범법이 발생하고 일어나고 있으며 아이들 사이의 교실에서도 정말 집에서 착한 아이들이 정글의 법칙을 배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괴롭히고 또 자신도 모르게 악행을 쌓아 갑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 악행들은 낙인이 되어 그 자신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나 범죄의 대상이 되게합니다. 은행이나 공공기관 및 서비스 기관에는 KYC(know your customers)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부모님들도 KYC(know your children)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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